최근 금융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와 AI였습니다. 하지만 소외되었던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여의도 자산운용사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기초 세미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한동안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졌던 이 업종들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장의 판도가 바뀔 조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정유업계는 역대급 정제마진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고, 고사 직전이던 석유화학 업계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터널의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현재 정유·화학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와 2026년을 바라보는 투자 전략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정제마진’입니다. 이는 제품 판매가에서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뺀 스프레드를 의미합니다. 현재 정제마진은 배럴당 약 12달러 수준으로,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를 제외하고는 최고점(10~11달러)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호황의 배경에는 ‘공급 부족’이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적으로 정제 설비 증설이 거의 없었으며, 앞으로도 탄소 중립 트렌드 등으로 인해 신규 설비가 들어올 여력이 적습니다. 반면 수요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어, 유가가 다소 하락하더라도 제품 가격은 높게 형성되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정유사들은 도입 원가가 저렴해지는 가운데 정제마진까지 좋아지는 ‘쌍끌이 호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무분별한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고통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바뀌고 있습니다. 자국 내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고 산업 고도화를 위해 범용 화학 설비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증치세 환급 폐지, 납사 소비세 부과 등은 중국 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높여 자연스러운 퇴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NCC(나프타 분해 설비)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주요 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를 정리하고 수직 계열화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윤재성 위원은 특히 정유사가 넘치는 현금력을 바탕으로 저평가된 화학 설비를 인수하여 ‘정유-화학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스판덱스 같은 특정 품목은 중국 내 파산 기업이 속출하며 수급 밸런스가 급격히 개선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에너지 산업의 또 다른 축인 태양광과 배터리 분야도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태양광의 경우, 중국이 폴리실리콘 설비의 30%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바닥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규정(FEOC)이 강화되면서, 미국 내 설비를 갖춘 한국 태양광 기업들의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미국의 전력 수요 폭증(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해 태양광은 ‘싫어도 쓸 수밖에 없는’ 필수 에너지원이 되었습니다. 배터리 산업 역시 현재는 가동률 저하로 고전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 해소와 원자재 가격 안정화 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유와 화학은 전형적인 ‘시클리컬(경기 순환형)’ 산업입니다. 한번 방향을 틀면 2~3년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난 3~4년간 끝없이 하락하던 제품 가격이 최근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물론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호황을 기대하기엔 여전히 공급 부담이 남아 있는 품목도 있습니다. 하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나고, 공급 과잉의 주범이었던 중국이 스스로 설비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2026년을 향한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합니다. 반도체에 쏠렸던 시선을 잠시 돌려, 바닥을 다지고 일어서는 정유·화학 업종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포착해 보시기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특정 자산 및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합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본 블로그 글은 윤재성 수석 연구위원(하나증권)의 통찰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유화학 업종의 투자전략을 분석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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